마트 두 군데를 이용하고 있다. 한 군데는 가까워서 거의 매일 가는 곳이지만 참 못마땅할 때가 많다. 야채 건 과일이건 시들해져도 그대로 판매를 하고 있다. 상품가치가 없어지기 전에 약간만 세일을 해도 될 것을 그대로 둔다. 한마디로 썩어 문드러져도 가격 변동이 없다. 저걸 누가 사갈까 싶을 정도로 시커멓게 변해버린 상태로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장사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많다.
또 한 군데는 가끔 이용하는 곳이다. 운동 다녀올 때 지나가는 길이어서 구매할 목록이 있으면 꼭 이곳에 들려서 사 가지고 온다. 이 마트는 참 요령 있게 장사를 하는 것 같다. 아주 늦은 시간 문 닫으려고 할 때 들리게 되었는데 단호박 하나를 구입했는데 색이 변했지만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나를 덤으로 주셨다. 바나나를 구입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약간 점박이가 있어도 그대로 비싼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너무 익었다면서 금액을 반으로 깎아 주셨다. 익은 바나나만 사는 나로서는 너무 좋았다. 그럼 하나를 더 살 테니 같은 가격으로 줄 수 있냐고 여쭈었더니 원플러스 원으로 하면 되죠. 하면서 가져오라고 한다. 바나나 부자가 되었다. 며칠 동안 해독주스 하는 데 걱정이 없겠다.
또한 복숭아를 상상외로 싸게 써붙여 놓아서 딱딱이냐고 물었더니 딱딱이기는 한데 왜 저렇게 가격을 붙여 놓았는지 설명을 해주신다. 맛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복불복이라고 했다. 복숭아가 너무 먹고 싶던 차에 맛이 없으면 복숭아 통조림으로 하면 되지 하고 한 박스를 사 가지고 왔다. 오자마자 하나를 씻어서 깎아 먹었더니 의외로 괜찮았다. 사 오길 잘했다. 만원의 행복이라더니 기분 좋은 저녁이 되었다.
가격 면에서야 이쪽저쪽을 따져봤을 때 어느 것은 싸고 어느 것은 조금 비싼 것도 있으니 어느 마트가 낫다고 할 수 없지만 가끔 가는 마트가 그래도 저렴하고 싱싱한 편이다. 덤이라는 것이 작은 것이지만 이렇게 기분 좋게 한다. 비록 별 게 아니어도 사람의 마음을 끌게 하는 힘이 있다. 한번 갈 것을 돌아서라도 더 가게 되는 것이다.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 이리라.
매일 가는 곳은 주변에 마트가 없어서 배짱으로 장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실제로 다른 마트는 차를 타고 가야 해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냥 사려다가도 이내 내려놓게 된다. 같은 가격이면 싱싱한 것을 구매하고 싶지 다 시들어가는 것을 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귀찮기는 해도 조금만 차를 타고 벗어나면 대형마트며 큰 마트가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보란 듯이 진열해 놓고 판매를 하고 있다. 직원분에게 넌지시 말을 해봤지만 본인도 모르겠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사람의 마음은 종이와 같아서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이용을 하고 있지만 점점 횟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한번 밉게 보이면 모든 것이 미워 보인다고 오래 근무하고 있는 직원 외에 사장을 비롯해 다른 사람은 한 번도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면서 하루 종일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 힘들고 짜증 날 때도 있겠지만 사장이면 더욱 권위를 내려놓고 밝은 모습으로 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