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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영어 'Travel'이 여행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은 14세기 무렵으로, 고대 프랑스 단어인 'Travail(일, 작업, 노동)'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단어에는 현대의 우리가 '여행'하면 떠올리는 즐거움과 해방감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노동과 수고, 고통 같은 의미들이 담겨있을 뿐이다. 이 단어의 의미는 고생, 고역 등이며 ' in travail'이라고 하면 '산고로 몸부림치다.'같은 의미가 된다.

 

"여행의 이유" 49페이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즉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는 이것은 비상한 상태, 즉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소화기관에 있는 음식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멀미를 겪지 않는다. 차가 어떻게 움직 일지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뇌가 그레 맞춰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멀미는 뇌의 예측과 눈 앞의 현실이 다를 때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처음으로 배를 타고 일본을 갈 때 였습니다. 배멀미가 그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지 처음 알았습니다. 함께 간 친구가 배멀미를 해서 완전 넉다운이 되어 거의 초죽음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걸 보면서 함께 멀미를 했습니다. 앉아있지도 서있지도 못하고 뱃속에서 노란물이 나올때까지 토하고 토했습니다. 그런 악몽같은 배멀미를 하고 돌아올때는 모두가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겠다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사정으로 변경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두 배를 타기 전에 멀미약을 먹고 배가 출발하기전에 잠을 자자고 했습니다. 약을 먹고 잠이 든 친구도 있었지만 잠을 청하려고 모두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멀미약을 먹어서 인지 돌아올때는 한명도 멀미를 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기도가 통해서였을까요. 뇌의 예측과 눈 앞의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지금생각해도 아찔한 멀미입니다.

 

삼심육계 줄 행랑' 이라는 뜻이 67p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마지막 「패전계」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있다. 서른여섯 개 계책 중에 서른여섯 번째, 즉 마지 만계 책은'주 위상(走為上)'으로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흔히 '삼십육계 줄 행량'이라고 하는 말이 여기서 온 것이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퍼센트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그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등 활동량이 인간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들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있는다. 열 시간 정도를 털을 고르거나 쉬고 아홉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를 잔다. 유인원을 연구한 학자들은 궁금했다. 어째서 이들은 운동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는 게 인간과 같은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과 질환이 없을까? 동물원의 침팬지 조차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왜 매일같이 엄청난 활동을 하지않으면 병에 걸리는가? 유인원과 달리 초기 인류는 나무에서 내려와 걷고 뛰었다.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하루 평균 9킬로미터에서 12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이는 평균적인 미국인이 일주일 동안 걷거나 뛰는 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인류는 치타처럼 빠르지 않고,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갖고 잊지 않았다. 대신 인간에게는 무시무시한 이동능력과 지구력이 있었다. 87p

 

구글은 전세계 유명 미술관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운영 중이다. 인기 있는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에 치여 그림을 상세히 보기 어렵다. 구글 안트 앤 컬처 앱이나 웹사이트로 들어가면 세계의 유명 미술관을 마치 실제 들어가서 둘러보는 것처럼 360도로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있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직접 가지 않는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현장에서 감상하는 것보다 낫다. 다리도 아프지 않고 '티켓값'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떠난다. 가서 거기있고 싶어 하고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싶어 한다. 86p

 

 

그래서 떠나왔습니다. 부산 광안리 대교 그 야경을 체험하고 싶고, 맛있는 팥빙수를 먹기 위해 부산에 왔습니다.

모든 곳을 다 체험할 수 없지만 하나씩 체험해 보려 합니다.  나의 여행의 이유는 일과 쉼입니다.

 

 

영어에는 'armchair troveler'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방구석 여행자'쯤 될 것이다.

편안한 자기 집 소파에 앉아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타클라 마 타칸 사막을 탐험하는 여행자를 조금은 비꼬는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모두 '방구석 여행자'이다. 우리는 여행 에세이나 여행 다큐멘터리 등을 보고 어떤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 곳을 다녀온다. 그러나 일인칭으로 수행한 이 '진짜'여행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그곳을 '다녀왔다'라고 생각한다. 116p

 

여행의 이유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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