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티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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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는 데는 쓸데없는 이란 없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던지 이유는 항상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제 할 일을 다 못하고 집을 나설 때는 무언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잔뜩 무거운 짐을 지고 나온 것 마냥 무겁기만 하다. 치워야 할 청소를 못해도 마음이 무겁고 설거지를 미뤄놓고 나와도 불편하다. 물론 다 접어두고 나와서 안 보이면 더 이상 신경이 안 쓰이지만 준비하고 나가는 동안에 눈에 밟히는 것들에 대한 불편함 들은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성격이 예민하다고 해도 유 별스럽다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실제로 그다지 깔끔한 성격도 아니면서 눈에 가시처럼 거슬리는 것을 못 참는다. 왜 그럴까.

 

하물며 결코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것 같은 집안일을 두고도 그러한데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뤄두고 나간다는 것은 달갑지가 않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 누가 생일이어서 축하해야 하는 자리도 아니다. 서로 술 한잔 마시면서 나온 이야기를 그저 약속이라는 단어 하나에 묶여 억지로 일정을 강행한다는 것에는 더더구나 찬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못해 이끌려 나가는 것이야말로 모임에 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매번 겪는 일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더구나 주말이고 시내 한복판을 빠져나가는 데만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내 형제이고 내 부모이니 당연히 반갑고 기쁘기는 하지만 1년 중 명절 때만 겨우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거늘 허비라고 강력히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움이 있지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조할 수가 없다.

 

어차피 따라서 일어날 것이 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가도 되련만 매번 입을 한 다발 내밀면서 가야 하는 본인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하던 일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노트북을 챙겨 들고 나서야 하는 마음을 알리가 없다. 급하게 하느라 실수를 하고 만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 구태여 이해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형제들도 마찬가지고 이해할 수 없으리라. 왜 그렇게 유난을 떠냐고 그럴 수도 있다. 이제는 그려려니 하는 식구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형제도 있으리라. 밖에서는 언제 나오나 한 마디씩 하는데 다른 방 내지는 빈방에서 하면 되지 않냐 하지만 집중할 수가 없다. 본인도 그렇다. 뭐 대단한걸 한다고 이렇게 싸들고 다니면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싫은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투덜대고 입은 뾰로통하게 나왔지만, 다 못한 일을 남겨두고 무거운 마음을 끌어안고 나왔지만 차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시내 한복판은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한강 주변을 지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나 예전에도 그랬지. 지하철을 타고 한강만 지나면 내가 살아있구나를 느꼈던 나날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이 난다. 출퇴근 시간 그 비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내리고 타기를 반복해서 장소에 도착을 했을 때의 그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통쾌하기까지 했다. 매일 하라고 하면 아마도 이 말은 절대 안 나왔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삼일운동보다 더 큰 해방을 안겨주는 날이었다. 중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을 둔다더니 오로지 해방감을 위해 다닌 것만은 아니지만 나오면 왜 그렇게 좋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미소 지어진다. 내 삶을 이래라저래라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없었는데 말이다.

 

그때는 열정도 있었고 꿈도 있었다.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 4시간이 걸려 서울을 오가며 배움의 길을 갔던 열정. 무엇을 위해 그렇게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든 괴로움 슬픔 힘듬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하나를 보며 다닐 수 있었으니까. 비록 공부는 다 못했어도 그 시간이 헛되지 않다.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남았다. 그로 인해 10년간의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사람을 얻었다. 얻었다는 표현보다 더 한 게 있을 까. 20년 세월 지금까지 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것만으로 임무는 다 한 것이라고 본다. 한강을 지나며 흐린 날, 한두 방울 비가 오는 한강 가운데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자니 대리만족이라도 되듯 신나고 그냥 가슴속이 시원하다. 흐린 날을 좋아해서일까. 비 오는 날을 좋아해서 일까. 하루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끌어안고 고군분투하다 보면 시간이 덧없이 가버리고 몰골은 그야말로 퀭하니 변하여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인데 볼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곤 한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억지 바람이지만 콧바람을 쐬고 있노라니 가슴이 조금은 탁 트이는 것 같다. 참 이상하지. 가자고 한 사람은 지금쯤 마음이 불편해져 있고 불편해서 싫다고 한 사람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 추억을 회상하고 있으니 이건 또 무슨 심뽀인지 모르겠다.

 

참을 인을 세 번만 하고 나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던가. 당장 죽을 일도 아니고 눈앞에 펼쳐진 풀리지 않는 숙제를 혼자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아 화를 내고 만 것이다. 마지못해 하는 행동에서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너도 즐겁고 나도 즐겁지 아니한가. 어차피 혼자 있어도 쉬는 시간은 있을 것이고 빈둥대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마냥 허비하는 시간도 있을 게 아닌가. 무언가 하루 종일 한다고 하지만 타이머를 켜놓고 하면 정작 필요한 곳에 할애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보지 않았던가 말이다. 어리석게도 엉뚱한 곳에 시간을 다 허비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마음의 여유라고 말하고 싶다. 넉넉하지 않은 마음의 여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안달을 하고 짜증을 내고 그러한 표현이 남에게 까지 전달이 되는 것이다. 적절한 표현인지 알 수없지만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져있는 것처럼 마음이 그렇게 혼자 왔다 갔다 한 것이다. 여유를 가져보자. 내형제 내 부모도 소중하다. 같이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혼자 사는 세상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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