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프로필을 찍는다고 하면 다들 몸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마른 체형이라 다이어트에는 관심 없을 것 같지만 마른 비만이 더 안 좋다고 들 하지 않은가. 어느 날 옆구리와 등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점점 편한 옷을 골라 입게 되는 걸 느꼈다. 많은 양을 먹지 않은 데도 배가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비로소 나이 살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지인이 해독 식품을 소개할 때 거금을 투자해 구입해서 먹어 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도 했다. 채팅방에서 줌으로 운동을 하면서 인증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원하는 대로 빠지지도 않고 운동도 잘 안되었다. 해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 없이 한 달이라는 기간이 지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나잇살과 뱃살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예전에 했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다시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과 함께 하기로 했다.
혼자서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약간은 강제성을 띤 모임에 참가해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을 했다. 동생은 모범생이라 같이 하면 도움도 되고 좋을 것 같아 권했더니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흔쾌히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코치를 해주는 프로그램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는 식단과 영양 그리고 운동까지 함께 병행하는 건강한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들이지만 식단 관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 100일 동안 100% 지키지는 못했지만 탄수화물을 줄이고 야채와 과일 그리고 단백질 등 골고루 섭취하면서 운동도 꾸준히 했다. 덕분에 약간의 복근에 줄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100일이 지났다. 프로필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접수를 받는다고 했을 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결과 찍기로 마음먹고 신청을 했다. 동생과 함께 찍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미리 선약이 정해져 있어서 할 수가 없었다.
몸무게는 더 이상 빠지면 안 될 지경까지 내려갔지만 뱃살은 여전히 안 들어가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더니 선수들처럼 대회 나가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찍는 바디 프로필이라고 했고 이전의 사진들을 봤지만 통통 바디 프로필도 많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십몇 년 전에 적어 놓은 것이지만 사실은 버킷 리스트 중에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는 것이 있었다. 당시에도 다이어트할 몸은 아니었고 무슨 마음으로 적어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혀 있었다. 그것도 지금의 나이가 되기 전에 찍는다는 걸로 되어 있었다. 고민은 했지만 그래서 더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말했는지 모른다. 생각하고 꿈꾸는 대로 살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느 순간에 행해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콘셉트는 각자가 정하는 거라서 의상도 직접 선택하고 골라야 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믿음 하에 평범한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고 편하게 생각을 하고 스튜디오에 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백명의 바디 프로필을 찍어 본 그분은 꽁꽁 싸맨 사진은 멋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두 분 빼고 같은 마음이었지만 무엇에 홀린 듯 물 흐르는 대로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하고 조금씩 살도 보이게 찍히기 시작했다.
그게 최선이었지만 어느새 과감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는지도 모르게 몇 번의 의상을 갈아입고 이렇게 저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것도 힘이 드는데 사진을 찍는 분은 더 찍고 싶은 포즈가 없느냐 다른 의상은 없느냐 열정이 식지를 않았다. 참 대단한 분이다. 바디 프로필을 찍어주지만 촬영해주고 수정해서까지 보내주는 사진값은 포함되지 않았다. 거의 봉사로 해주시는 것 같다. 그 많은 사람들을 지금까지 말이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참 많이 있지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두고두고 든다. 건강한 식단과 영양을 채워가며 운동을 하는 다이어트였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 몸을 가볍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체중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서 걱정이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다이어트는 호르몬까지 생각하며 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과 달리 예쁘게 빠지지 않는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 페이스에 맞게 더 건강하게 이어가려고 한다. 다이어트는 숙제처럼 달고 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지금처럼 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시작할 때 말해 준 평생 살찌지 않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