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정도 부산에 온다. 그럴 때마다 먹는 게 고민일 때가 많다. 물론 집에서도 매끼 식사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와서 사 먹는 음식은 더욱 고민이다. 특히 우리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데 나는 오전 10시쯤이면 이상하게 허기지고 배가 고프다. 그래서 집에서는 과일이건 빵이건 준비를 해두는 편이다.
두 번째쯤 왔을 때 충무김밥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통영에서 맛있게 먹었던 충무김밥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맛보고 싶어서 달려갔었다. 일반 분식집 김밥은 시간이 지나면 금세 쉬고, 충무김밥은 깍두기도 있어서 컵라면이랑 같이 먹어도 되기 때문에 좋을 것 같아 더욱 반가운 충무김밥이었다. 9시쯤 지난번 갔던 그 충무김밥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직 오픈전이었다. 네이버에 분명 7시부터라고 나와 있었는데...
실은 지난달에 와서 올라가는 길에 동생들 맛보여준다고 7시에 오픈을 하니까 아침 출발하기 전에 들려 사가면 되겠다 싶어 갔었는데 그때도 오픈을 하지 않았었다. 동생들한테는 충무김밥 사 가지고 올라갈 테니 점심 같이 먹자 전화까지 했는데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날만 오픈을 늦게하나 하고 주변 검색을 했더니 마침 한 군데가 더 있어 찾아갔는데 그곳도 밥이 안돼서 안된다고 했다. 기다릴 테니 부탁한다고 해서 겨우 사 가지고 가서 동생들을 만났었다. 오늘도 다시 네이버에 나온 매일 07:00~22:00를 확인하고 처음 갔던 충무김밥으로 갔다.
웬일인지 오늘도 문이 닫겨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날 부탁했던 집으로 또 갔다. 그러나 그 집도 오늘은 안된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9시 30분이 되고 있었다. 10시면 오픈을 하겠지 하고 처음 갔던 충무김밥 근처에 차를 세우고 유튜브를 보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은 금세 지나 10시 10분이 되었다.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았지만 이제는 문을 열었겠지 하고 걸어가 보았더니 다행히 문이 활짝 열려있는 게 아닌가. 기다린 보람이 있네 하면서 들어가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머뭇거리며 서있자니 주방 안쪽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나오길래 1인분만 달라고 했더니 이제 나와서 준비하려면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헐이다. 그러고 보니 밥통이 모두 뚜껑이 열린 채 비어있는 게 보였다. 7시에 시작한다고 나와있어서 왔다고 했더니 사장한테 얘기해서 바꿔놓으라고 한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 아주머니 잘못이 아닌것을. 할 수없이 차로 돌아와서 허탈하게 앉아있다가 그냥 가려니 기회비용이 생각난다. 기다린 시간이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이제는 두 번째 집도 주문을 받겠지 하고 차를 몰고 갔다.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눈짓으로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시동을 걸어놓은 채로 나왔기 때문에 시동을 끄러 나왔는데 그냥 가는 줄 알고 해 준다고 들어오라고 했다. 시동을 끄고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지난번에 안된다는 것을 해 줬기에 고마워서 또 왔었는데 그때와 분위기가 왜 이렇게 다른지... 이윽고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지점이 하나 더 있어서 반찬을 만들 때는 바빠서 1인분은 해줄 수 없다느니 미리 몇 인분 전화로 어제 주문을 해놓으면 바로 준비를 해놓는다느니, 구시렁대는 소리에 '몇 인분 되면 저도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하겠죠' 속으로 답하면서 그때부터 기분이 안 좋아졌다.
아니 이미 그전에 기분은 상해 있었다. 김밥 하나 사 먹겠다고 한 시간 반을 허비하고 있었으니 성인군자도 아니고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은 게 기분이 안 상하면 이상한 거였다. 그럼 해주지 말던가 밖에다가 '1인분 주문 불가'라고 써놓던가 해주면서 바쁘다느니 1인분은 안 해준다느니 하면 나더러 어쩌란 얘기인가. 이게 다 네이버에 정보를 변경안 하고 그대로 둔 가게 탓이다. 시간이 제대로 나와 있었으면 그렇게 일찍 찾아가지도 않았을 거 아닌가. 네이버에 정보만 살짝 바꾸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손님들은 그걸 보고 갈 텐데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짧단 말인가. 시작할 때 부푼 마음을 조금만 나눠 썼다면 '배려'는 큰곳에서 오는게 아닌것을. 마침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열은 더 나고 혼자 씩씩거리면 돌아왔다. 아무리 화가 나도 먹는 건 '먹고 보자'는 주의인데, 평소같았으면 허겁지겁 먹었을 그렇게 사온 충무김밥은 먹다 바로 손을 놓았다. 나도 참 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