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흘러가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문득 창밖을 보니 비구름인지 먹구름인지,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방충망을 열고 잠깐 촬영을 하면서 무심코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구름이 흘러가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나도 모르게 "이 대목이 계속 입안에서 웅얼거려졌다. 노래는 노래인 것 같은데 계속 흥얼거리며 도대체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졌다. 네이버를 열어 두 대목을 불러보았다. "구름이 흘러가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랬더니 음악을 찾지 못했다고 다시 들려달라고 했다.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로딩이 되는 사이 무슨 노래일까 더 궁금해졌다. 그런데 또 못 찾았다고 다시 들려달란다. 목소리를 더 높였다. 음음! 마른기침까지 해가며 불렀다. 또 음악을 찾지 못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다시 네이버에 검색을 하니 뮤지컬 '바람이 부는 곳' 김광석 노래가 나왔다. 아닌데..."구름이 흘러가는 곳"인가? 뭐지? 이번에는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구름이 흘러가는 곳'이라고 불러보았다. 부르면서도 이건 아니야 내가 이상한데 검색녀가 맞다고 알려 줄리가 없었다.
아~~ 진짜 뭐지? 혼자 검색하고 불러보고 하기를 몇 번을 하는 사이 낮잠 자던 므와는 노랫소리에 깼다며 일어났다. 겨우 두 소절에 잠을 깨? 하긴 점점 옥타브가 높아지면서 몇 번을 불러댔으니 가사도 짧던데 한곡이 아니라 몇곡은 되겠다. 이 노래가 입에서 맴도는데 도대체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금세 따라 부르며 어디서 들어본 노래 같다고 했다. 그리곤 본인의 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바로 "나왔다!" 하는 게 아닌가. 가서 들어보니 다름 아닌 윤수일의 '유랑자'였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검색하면 안 나오고, 그 폰에 있는 네이버랑 내 폰에 있는 네이버랑 다른 네이버인가? 참나, 네이버*이라더니 별게 다 차별을 하네. 나도 폰 교환한 지 1년 안됐거든. 근데 왜 내 말은 안 듣는 거냐?
웃기는 거는 웃기는 거고 윤수일의 '유랑자'라니 이게 더 우습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그 노래를 들었길래 단지 흘러가는 먹구름을 보고 입안에서 흥얼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의외로 옛날 노래를 많이 알고 있기는 하다. 어릴 적 부모님이 공업사를 하면서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은연중에 매일 들었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렇다고 추측을 해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따로 배운 적도 없는데 옛날 노래를 그렇게 알리가 없다. 아니면 그때도 가요무대가 있었나? 그래서 가요무대를 애청했었나? 그랬나? 알 수가 없다. 내가 검색을 했건 남이 했건 기왕 노래가 나왔으니 가사가 어떻게 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윤수일 '유랑자'
♬ 구름이 흘러가는 곳, 마음이 흘러가는 곳 낭만이 있는 곳에 바람이 부는 대로 끝없는 유~랑♪ 깊은 사연 한없는 눈물이,가슴깊이 숨겨진 사랑이~ 끝 없이 펼쳐지는데~ 나~ 이제 어디로가나♩ 구름이 흘러가는 곳, 마음이 흘러 가는곳♭ 낭만이 있는 곳에 바람이 부는대로 끝없는 유~~ 랑 .1절 끝. 듣다 보니 가사를 거의 끝까지 알고 있었다. 참 신기하지. 윤수일 팬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노래를 지금까지 기억하며 다 알고 있는건지? 번지없는 주막, 섬마을 선생님, 배신자 등 나도 모르게 외워진 옛날 노래들이 있지만 윤수일의 '유랑자'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의외의 노래였다. 웃음이 나면서도 계속 흥얼거려졌다. 노래를 자꾸 듣다보니 마음이 살짝 울적한 게 유랑자가 된 기분이 든다. 집 떠나온 지 벌써 일주일째, '일을 여행처럼' 남들에게 명랑하게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과 여행은 이렇게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그러고 보니 유랑자가 따로 없다. 그래서 이 노래가 흥얼거려졌나. 집밥도 절실이 그리운데 마음도 달랠 겸 유랑자 한 번만 더 듣고 가자. 구름이 흘러가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아니었다) 마음이 흘러가는 곳. 유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