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티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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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픽사베이

 

몇 일전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관에서 식사하시다가 갑자기 토하면서 약간의 마비가 오기도 하고 식은땀이 많이 나고 손이 차다고 했다. 119에서 보낸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근처에 사는 고모한테 연락을 취했는데 마침 고모 사위가 명절 인사 겸 내려와 있어서 고모와 사위가 구급차 뒤를 따라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머리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순간 드는 생각은 뇌경색? 뇌출혈? 인가? 였다. 나는 때마침 애기를 봐주고 있었다. 딸이 제주여행을 가는데 편하게 다녀오라고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선수쳐 봐주겠다고 했던것이다. 아직 누워있고 순한 아기여서 충분이 봐줄수 있을 것 같았다.  딸은 고민하더니 그래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중간에 볼일이 있어 하루는 딸의 시어머니(사돈)께 부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하니 난감했다.  하지만 어쩌랴. 제주에 있는 딸에게 할 수 없이 전화를 했다. 다시 시어머니가 오시고 나는 급히 내려가게 되었다. 오지랍이 넓었던 것이다. 괜히 아이는 봐주겠다고 해놓고 이래저래 여러가지로 미안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출발하기전에 심호흡을 여러번 했다. 가뜩이나 아침도 제대로 안먹고 커피한잔에 빵이 전부였는데 숨이 가빠지면서 손이 덜덜 떨렸다.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어 여러번 숨을 고르고 물도 챙겨 넣고 죄송하다는 인사를 연거푸하면서 딸의 집을 나왔다. 중간에 고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가까운 병원으로 가던중 구급차가 안동병원으로 차를 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위급한 상황인가 싶었다. 동생들과 오빠에게 전화를 하는데 내 목소리가 덜덜 떨리니 동생들은 더 놀랐다고 한다. 전화를 받더니 마침 그날이 일요일이어서 모두 내려온다고 했다. 

 

안동병원을 네비에 찍고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속도를 보니 160km가 되기도 했다. 다시 속도를 늦추고 달리다보면 어느새 140km를 넘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참을 가던중에 전화가 왔다.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고 나오셨는데 별 이상이 없어서 바로 퇴원한단다. 귀를 의심했다. 병원으로 오지 말고 집으로 바로 오란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탄부졸음쉼터에서 막 출발을 한 상태여서 다음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동생들에게 전화를 급히 했다. 막내는 이미 병원근처라고 했다. 다들 얼떨떨한 목소리다. 나도 차를 돌려 가려니 온 거리보다 배는 더 가야 했다. 이상 없다는 소리에 마음이 놓이면서 긴장이 순간 탁 풀어졌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가서 직접 뵙기 전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평소에 우리보다 더 건강한 분이라고 자랑을 해왔는데 갑자기 쓰러지시다니. 연세가 든 노인들은 언제 어느때 어떻게 될 지 모른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집에만 계시는 게 아니라 활동적이고 혼자 계셔도 식사도 잘 챙겨 드시는 분이라 걱정을 덜하고 있었다. 그게 우리들 복이라고 항상 여겨왔었다.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맥이 빠져서 그런지 달리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 이번에는 규정속도 80km인데도 60km로 달리고 있었다. 긴장이 풀어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이지 누가 대신 좀 운전해주었으면 싶은 순간이었다. 2차선을 타고 느리게 느리게 달려 시골집에 도착했다. 동생들과 막내제부가 보였다. 거실에는 삼겹살을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방에 계시던 아버지도 나오셔서 죽을 드시러 나오셨다. 당신도 믿기지 않은 표정이다. 여럿이 음식을 함께 먹었어도 한사람이 그런경우 어떤 병원균이 아버지한테만 침투해서 그럴 수 있다고 검색결과가 알려주었다. 급체한걸로 일단 판단을 했다. 혹시 모르니 내일 다시 병원에 가서 혈관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한다. 예약은 안되서 접수하는대로 진료를 받아야 된다고. 다들 출근할 사람들만 있어서 우선 내가 병원에 모시고 가기로 했다.  모두 긴장이 풀리고 시골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무말없이 묵묵히 달려오기만 하다가 괜찮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서로 얘기하고 나처럼 속도를 늦출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삼겹살을 굽고 있을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그대로 병원에 계셨더라ㅏ면 이 상황에 삼겹살이 웬말이냐. 지금 생각해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밤늦기전에 모두 올라각고서도 피곤했지만 잠이 쉬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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