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티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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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는 며칠을 꼼짝 않고 방 안에서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하늘이 보고 싶었고 넓은 바다도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숨을 크게 쉬면서 바람을 맞고 싶었다. 밖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는데 케이시의 방에는 바람이 없었다. 차를 몰고 그 어디라도  드라이브를 가고 싶었다. 일상적이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일시 정지가 돼버린 것 같다. 잠시 멈춤이 아니면 어쩌지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케이시는 하루 종일 책상도 아닌 탁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했다. 질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견디는 사람이 또 있을까.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소득 없는 하루하루가 쌓여가고 있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도 한잔 하고 싶었다. 베이커리 맛집도 가고 싶었다. 

 

꿈만 같던 날들이 지났다. 길들여진 코끼리처럼 그립지가 않았다. 갑자기 왜? 운전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낯설었다. 그 잠깐 사이에 둔해진 것 같다. 마음도 몸도. 조금 익숙해지니 더 달리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단 거지?

모든 게 새로운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생소하면서 신기하다. 책방의 모여 있는 사람들도.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 연인들도. 아트박스에  모아 놓은 소품들도 모두 새롭고 신선하다. 이런 것들이 있었네. 그 사이에 예쁜 물건들이 너무 많아졌네. 이런 것들은 다 어디에서 가져오는 거야? 출처를 밝히고 싶다. 도매상이라도 알고 싶어졌다. 

 

먼 나라 이웃 나라에 마실 나온 사람 마냥 혼자 밥을 시켜 먹었다. 순간의 선택이 입맛을 좌우한다. 잘못된 주문을 하고 말았다. 평소에 먹지도 않고 제일 싫어했던 전복 뚝배기를 시킬 게 뭐람. 참 이상도 하지. 그동안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겠지. 꾸역꾸역 조심스럽게 먹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3분의 2 정도 속이 찬 것 같다. 그걸로 만족하는 걸로. 씁쓸하다. 하고 많은 것 중에 제일 맛없는 걸 주문할게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다시는 그 밥 집에 가지 말아야겠다. 혼자 먹는 사람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도 마음에 안 든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 갑자기 매콤한 것이 먹고 싶다. 피자도 한판 먹고 싶다. 설탕 묻힌 핫도그도 먹고 싶다. 데미그라스 소스의 오므라이스도 먹고 싶다. 상큼한 오렌지도 먹고 싶다. 은비가 준 빵은 케이시 정말 싫어하는 빵이다. 여러 가지 맛난 거 넣고 만든 소스는 맛있었지만 빵은 아니었다. 어울리지도 않았다. 건강식이라고 했지만 그냥 식빵이 나을 뻔했다. 식빵이 먹고 싶다. 케이시가 정성 들여 만든 사과잼 발라서 부드럽고 촉촉한 식빵이 먹고 싶어졌다. 빵집이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가 반드시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다. 침도 꿀꺽 넘어간다. 그동안 핼쑥해진 얼굴을 보니 식욕이 절로 나는 듯했다. 다이어트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는 어른이 된 지금도 통용되는 것이리라.  케이시는 냉장고문을 열고 한참을 바라본다. j가 권하는 대추차라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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