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티브 라이프

트리플 A형 남자

2022. 3. 2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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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는  케냐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전화를 안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출발해서 가고 있을 시간인데 전화가 없다. 트리플 A형 인 것이 분명하다. 쿨 한척 하지만 절대 내면의 성격은 그렇지가 않다. 질투심도 강하고 잘 삐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 싶다 가도 먼저 전화를 해본다. 방금 출발했다고 한다. 전화가 없어서 했다고 했더니 핑계를 댄다. 급하게 출발하느라 못했다고. 기분이 좋으면 아마 중간 중간 너스레를 떨면서 전화를 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으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어색하다. 아직도. 

 

은비가 전화를 했다. 너트를 줄 테니 올 수 있냐고. 연락 준다고 했다. 전화하니 통화 중이다. 가슴이 철렁 한다. 잊어버릴 만도 됐는데,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아직도 가슴이 쿵 하다니. 왜 그럴까, 케이시는 잠깐 진정을 하느라 딴 곳에 신경을 썼다. 노트북을 켜고 이리저리 훑어 보았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세탁기를 돌렸다. 병적에 가까울 만큼 빨래를 했다. 95도의 물로 모든 것을 세탁했다. 쪼그라들고 모양이 찌그러지고 해도 모두 95도 최대 온도를 높이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래야 속이 시원했다. 세탁 다운 세탁을 한 것 같다. 전화가 왔다. 전화를 못 받았다고. 통화 중일 때 전화했냐고. 능청스럽다. 또 핑계를 댄다. 물어보지도 않는 말을 한다. 은비얘기를 했다. 갑자기 목소리가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곧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은비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얘기했지만 그 시간에 강의가 있어 안된다고 했다. 케냐는 그렇다면 시간 될 때 혼자서 다녀오라고 한다. 그러더니 다시 마음이 바뀌어서 가자고 한다.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보냈지만 남아있는 강의 시간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재촉을 했다. 다행히 다 끝날 무렵이었다. 은비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부리 나케 왔다. 듣지 않아도 될 강의를 듣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뺏겼다. 모두에게 미안했지만 케냐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마음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래 그걸로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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