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는 화가 잔뜩 났다. 통화하다 말고 혈압이 하늘로 솟는 줄 알았다.. 결국은 주말에 인테리어를 봐주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 얘기를 할 때 다시는 가지 말라고 하니 도리어 화를 낸다고 언성을 높이더니 이번에 또 약속을 했다고 한다. 씽크대 업자를 소개 시켜 달라고 했으면 소개만 시켜주면 되지 본인은 왜 가는지 이해가 안된다. 참견하고 싶은 거다. 궁금한 거다. 약속 있어서 안된다고 얘기하라고 했다. 양심이 있으면 이번에 그냥 또 봐달라고 할 수가 없다. 아무리 동생이지만 화가 절로 난다. 봄이 되었다. 여름 한 철과 가을 겨울까지 집 고치는데 가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열일 제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달려가서 손을 봐주곤 했다. 그 집을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2천이 족히 넘는 걸 그냥 하고 왔다. 물론 혼자 서는 아니지만 거의 혼자 집을 수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뒤에 남는 건 무엇인가. 소고기 한번에 10만 원도 안되는 지갑이다. 돈을 떠나서 이건 아니다 싶다. 가는 사람이 잘못 된 거지. 누굴 원망하겠나.
남의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제발 본인 자기 계발에 힘을 쓰라고 몇 년 동안 잔소리 하고 있다. 뭐 좀 할만하면 농사지으러 가야 한다 하고 그 농사철이 끝나니 집을 고치고...속이 이만 저만 타는 게 아니다. 이번 년도부터는 우리 시골 가서 땅을 갈라고 했다. 남의 땅이 아닌 내 땅을 가서 일구고 씨앗 뿌리고 하라고. 언제까지 남의 일만 봐주다가 세월을 보낼 것인지 답답할 수가 없다. 한번 두 번 가다 보면 갈 일이 생기고 한번 더 가게 되고 그렇게 자리를 잡아나가야지 언제까지 남의 일 앞장서서 다 해주고 내일을 뒤로 미루고만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그 시간이 아깝고 안타까워 속이 이만저만 타는 게 아니다. 자기계발 하는 데 시간은 투자하지 않고 왜 남의 일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지, 마음이 약한거와 상관이 잇는 것인지 케이시는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해주고 내 집 지을 때 그 먼 시골까지 누가 내일 처럼 쫒아와서 해준다고. 귀가 막히고 말문이 막힌다.
카페를 하려고 가게를 얻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빈 가게를 얻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혈압이 올랐다. 그런 얘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라고. 그러더니 인테리어를 봐줘야 한다고 한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가서 내가 관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비용이 들 때마다 원가라도 받아낼 것이라고. 아무리 내 돈이 아니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너무 약지 못해서 더 성질이 난다. 돈을 보태서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그렇게 가져다 퍼주기만 하고 오니 누군들 안 좋아하겠나 말이다. 생각할 수록 화가 난다. 트럭도 아닌 승용차에 온갖 자재를 실어다 나르고 차가 망가질 정도로 해줬으면 됐지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양심이 있으면 미안해서라도 더 이상 얘기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