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티브 라이프

반응형

왜 그런 날 있잖아.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날. 그날이 바로 어제였어. 하루가 마무리되고 끝나가는 시간이 지나도록 마음이 편치 않는 거야. 왜 그럴까. 오후까지 너무 괜찮았거든. 모처럼 마음 비우고 하루 종일 아이들이랑 잘 놀아주고 했는데. 새로 산 차도 구경하고 마음이 아주 흡족해하며 나오는 길이었. 그런데 말이야. 한마디로 마무리가 잘 안 된 거지. 아무래도 난 감각이 둔한가 봐. 센스도 없고 말이야. 상황이 안 좋으면 그 즉시 어떤 다른 방법을 취해야는데 그대로 있는 바보가 어디 있니 나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아. 운전연습을 하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앞에 있었는데 멈추지 않고 그냥 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엄청 혼이 났었지. 순발력이 둔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나이가 들었어. 그런데 하는 행동은 똑같아.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되는 거니.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오는 내내 찜찜해하며 마음 한구석으로 감사합니다를 연신 내뱉으며 왔어. 마트에 장을 보러 갔지. 집 앞을 두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간 거야. 장을 볼 때까지도 괜찮았어.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저렴하게 구매했으니까.. 갑자기 속이 안 좋은 거야.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 그래도 눈과 귀는 열려있었을 거 아니야. 아니 눈이 멀었나 봐. 집 앞에 주차를 하는 모습밖에 그려지지 않았나 봐. 어린이 보호구역을 40으로 달리고 있었어.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어버린 거지. 이거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잖아. 어린이 보호구역은 벌금이 배로 비싼 거 알지? 너무 어이없음에 머릿속이 하얘졌어.

 

이게 끝이 아니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체념하고 잊어버리려고 다른 일을 열심히 몰두했지. 저녁에 강의도 있는 날이어서 운동도 안 가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는데 말이지 말이야. 막내가 올린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보고 답글을 달려고 하다가 다른 날 같으면 카톡으로 썼을 텐데 메시지가 눈에 띄어 바로 메시지를 보냈어.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는 거야. 바쁜가 보다 하고 다른 일을 했지. 시간이 열두 시가 다되어 오길래 내가 뭐라고 썼는지 답은 왔는지 메시지 창으로 들어가니 내가 보낸 메시지가 없는 거야. 어떤 게 된 일일까. 이런 일도 있나 하고 이렇게 저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답글도 달면서 나에게 답을 한 사람들에게 댓글을 하려고 봤더니 엉뚱하게 오늘 처음 팔로워 신청한 사람에게 전해진 게 보이는 거야.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거지. 하필이면 넋두리를 쓴 게 엉뚱하게 전해지다니 말이야.

 

순간 당황해서 얼른 메시지를 지우려고 해도 네트워크 사정이 안된다고 뜨면서 몇 번을 시도해도 안 되는 거야. 환장할 노릇이지. 마음은 급하고 이래저래 해도 안돼서 폰을 껐다켜봤어. 그래도 안 되는 거야. 여러 차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제거를 하고다시 설치를 할까 하고 봤더니 업데이트를 하라고 나오는 거야. 업데이트를 했지. 결과는 같았어. 아 속은 타고 미치겠는 거지. 결국에는 인스타그램 제거를 하고 다시 설치를 했어. 이러다가 계정 비번을 몰라 다 안 뜨는 게 아닌가 약간은 불안해하면서 말이야. 다행히도 바로 접속은 되었는데 역시나 메시지는 지워지지 않았어. 이런 경우 더 속이 타는 거 일지.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속은 점점 더 타들어가고 그 사이에 헉!! 하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는데 여태 읽고 있지 않았던 메시지를 바로 1분 전에 읽음이라고 표시가 되네. 하필이면 참나~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거잖아.

 

댓글에는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등등 좋은 얘기만 하다가 갑자기 생뚱맞게 기분 우울하다는 표현을 메시지에 남겨놓다니 생각할수록 웃기는 일이잖아. 뭐야. 이중인격인가?라고 생각했을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상황에 할 말이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낮에 들었던 라디오 방송이 떠올랐어. 평상시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데 올라오는 길에 차가 조금 밀려서 CD를 틀려다가 FM으로 주파수를 맞추었어. 내가 맞춘 건 아니고 그냥 맞춰진거겠지만. 조갑경이 아니고 이 갑경이라는 분이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침 어떤 분의 사연을 읽어주고 있었어. 퇴근길인지 어떤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암튼 밖에서 갑자기 신발끈이 떨어졌대. 그 순간 발등에 살이 쪘나 하고 신발 사러 가는 길이라는 사연이었어. 초긍정 아니겠니. 나 같으면 "어떻게! 어떡하지? 아우 짜증 나!"라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았을까. 그 아나운서도 비슷한 말을 할 거라는 얘기를 했어.

 

그 말이 떠오르는 거야. 그래 맞아. 만약에 어제 처음 필로워 신청을 한 쌩판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자주 댓글을 주고받았던 인친한테 갔으면 어쩔뻔했어. 더욱 민망한 일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십 년은 감수한 것 같은 거야.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나름이라더니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다 접어놓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때 시간이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거든. SNS 중 하나의인 인스타그램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지만 이럴 때 오류가 나는 것은 정말 어디 가서 원망도 못하고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그래도 소식이 없으면 기다려주고 걱정해주는 인친들이 있으니 아주 손을 놓을 수없는 인스타그램. 그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어.

 

이 날을 기억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굳이 오해를 풀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야. 내 맘속에 아무래도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필코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감사할 일이 하나 생긴 거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동안 잊었던 "감사합니다"를 다시 사랑해야 할 이유를 알았어.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