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걷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한두 번 하고 그만두겠지 했는데 일주일에 세 번은 가는 것 같다. 처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4,500보 정도가 되는데 한 바퀴 반을 돌아 7,000보가 될 정도로 걸었었다. 그랬더니 발목에 무리가 왔다. 허리까지 아팠다. 병원에서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내 판단에 그런 것 같은 협착증이 조금 있고 2년 전 발목을 삔 이후로 많이 걸으면 발목이 아파 한동안 걷고 싶어도 걷지 못했다. 운동화를 거금을 주고 구입을 해서 기능성으로 바꾸었지만 걷고 나면 어김없이 통증이 왔다. 발목에 아대를 하고 걷기 시작했다. 걷고 나면 기분도 상쾌하고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호수공원은 두 군데가 있다. 광교 호수공원과 동탄 호수공원이 있는데 광교가 조금 더 길었다. 동탄은 집에서 멀기도 해서 잘 한 가지만 약속이 있는 날 저녁을 먹고 한 번 걸었는데 광교보다 데크로 된 길이 더 길어서 좋았다. 시멘트 길을 걸으면 허리에 더 무리가 오기 때문에 데크길을 좋아한다. 동탄 호수공원은 짧아서 두 바퀴를 돌았는데 지루하지 않게 걷기에 딱 좋았다. 동탄은 걷다 보면 마지막 즈음에 먹거리가 즐비해 있는 상가들이 있다.
예전 같으면 한 바퀴 돌고 시원하게 맥주 한잔씩 했을 텐데 운동을 한 후 둘 다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광교도 상가들이 있지만 동탄보다는 덜 눈에 띈다. 대신 중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데이트하기 좋고 간단하게 도시락을 준비해 와서 먹기에도 잘 되어 있다. 자주 오고 싶은 곳이지만 집에서 가까운 광교 호수공원을 가게 된다. 한여름 그 무더운 것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이 붐빈다. 어느 날은 아주 늦은 시간에 갔는데도 지나면서 부딪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열대아에 모두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광교든 동탄이든 호수공원 옆으로 높은 빌딩들이 우뚝 서있다. 동생은 마치 부산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해운대에서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구경했을 때 마치 만화에서 또는 영화 속에서 본 하나의 거대한 성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겉은 휘황찬란하게 화려해 보이지만 온통 검은색을 드리운 채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는 영화 속 장면들 같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다들 돈이 많은 사람들만 모여 있을까. 행복할까. 지금 여기 나온 사람들은 다들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마 나처럼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매일은 아니지만 멀리서 보는 불빛은 여전히 화려하고 이쁘다. 가까이에 볼거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렇게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해둔 것도 빌딩 덕분이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빌딩 그 속에 사는 것은 부럽지 않다. 자기 위안일까. 살아보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부럽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다. 시간이 되는 한 이 두 호수공원을 사랑하고 다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