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티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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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주말이면 차를 몰고 바다로 갔다. 강릉은 젊은이들이 많고 속초는 조금 멀고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낮에도 그리 시끄럽지 않고 바로 앞에 바다가 있는 곳으로 주문진 어느 한 곳을 정해서 자주 갔었다. 휴가 때나 명절에도 별일 없으면 달려갔다. 그곳에서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테라로사. 그곳에서 원두를 사서 여행 내내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었다.

테라로사를 찾는 이유

그때부터 테라로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각 지점을 투어하며 스탬프까지 찍는 일까지 했었다.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맛있는 집은 찾는 편이다. 소박하면서 커피가 맛있는 집을 찾아보지만 아직 그런 곳은 만나보지 못했다. 어느 날부턴가 테라로사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커피 한잔을 사기 위해 몇십 분씩 기다려야 할 때가 있었다. 거의 주말에 가기 때문에 더욱 많았다. 우리는 원두만 사 오는대도 기다림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고 남녀노소 어른들 할 것 없이 커피를 찾는 시기가 오면서 어느 날 갑자기 많아진 것 같다. 많아진 만큼 내가 가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언젠가부터 테라로사를 안 가게 되었다. 가고 싶어도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안가게 된 것이다.  집 근처에서 커피를 아예 준비해 가기 시작했고 카페를 찾는 일도 줄어들었다.

 

테라로사는 안가도 바다는 갔었지만 지금은 주문진으로 여행을 간지 2년이 넘었다. 출장지가 부산 쪽으로 바뀌고 나서 주문진으로 갈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다행히 부산에 바다도 있다. 울산에 올 때는 부산에 테라로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한 시간가량을 달려서 찾아가기도 했다. 부산 테라로사는 내가 하루종일 놀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바로 예스 24 중고서점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검색해서 구입하기도 하고 전혀 예상 못했던 책을 완전 반값보다 싼값에 구입해 오기고 했다. 구입한 책을 다 읽고 오기도 하고 다른 책을 가지고 와서 읽다가 오기도 하고.. 부산에 갈 때마다 다른 곳은 갈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테라로사로 갔다. 예스 24 중고서점은 11시에 오픈을 하기 때문에 테라로사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다가 서점으로 가서 책을 골라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오곤 했다. 

 

부산 고려제강이 있던 자리에  F1963 예스24중고서점

 

오늘도 테라로사 예스24 중고서점에 갔다. 책을 먼저 검색하고 찾기 시작했다. 몇 권 밖에 검색되지 않았다. 2층까지 올라가서 책을 골라오고 다시 내려와서는 흥미가 가는 책으로 가보았다. 거기서 또 세 권을 집어 들었다. 하나는 아들 주려고 샀다. 계산을 하기 전에 좀 읽다가 가려고 책을 폈는데 옷을 얇게 입고 갔는지 오늘따라 실내가 너무 추워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태풍이라고 바람도 세게 불고 비도 오고 해서 바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나올 때 스웨터를 두고 온 것이 실수였다. 아무리 참고 있어보려 해도 도저히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책을 접고 계산대로 그냥 갈까 하다가 2층으로 올라가다 본 인형을 검색해 보았다. 잘 검색되지는 않았지만 금액도 많이 비싸지 않아 사 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냥 구입하기로 했다. 책 6권에 인형까지 샀으니 꽤 금액이 나올거라 생각하고 있던 차에 포인트가 있다고 사용할 거냐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는데 총금액은 예상보다 많이 나오진 않았다. 무겁게 받아 들고 나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뿌듯했다. 

 

부산 테라로사는 F1963으로 검색하고 가야한다. 서점도 있고 갤러리도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F1963은 고려제강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와이어 프로를 생산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테라로사도 크지만 예스 24 중고서점에 들어가면 쌓여있는 책만 봐도 흐뭇하다. 비록 검색해서 내가 찾는 책이 없어도 말이다.

 

이처럼 출장이 잦아지기 전에도 부산에 오면 왠지 마음이 편했었다. 친구가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정말 그런지 지금은 그건 잘 모르겠다. 처음 부산을 간다고 했을때는 멀어서 어떻게 다니나 했는데 시간을 나눠서 쉬면서 오니까 올만 해졌다. 아직까지는 부산에 오게 돼서 좋을 때가 많다. 올 때마다 테라로사 같은 곳을 찾을 수가 있어서 좋고 일이 끝나면 저녁마다 바닷가에 갈 수 있으니 더 좋아진 셈이다. 해질무렵 돗자리 펴고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회 한사라에 소주 한잔을 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듯하고, 같이 오고 싶은 동생들과 딸 아들 생각이 무척이나 난다. 지난달에는 동생들 부부와 조카들이 왔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즐기는 광안대교는 보여줄 수 없었다. 젊은 조카들 덕분에 영화 촬영지도 가보고 뷰가 좋은 카페도 가보고, 같은 곳만 보던 부산을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곳을 가보고 부산도 이렇게 좋은 곳이 많은 데 가던 곳만 갔었나 싶어 다음에는 부산 올 때마다 새로운 곳을 가보자 했는데 몇 번 가보니 우리는 가던 곳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여전히 광안대교를 찾고 테라로사를 간다. 동생들이 왔을 때 펜션을 해운대 쪽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해운대에 갔었는데 코로나가 웬 말이냐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아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해운대에 비하면 광안리는 넘나 적은 편이었다. 장마로 며칠 동안 비가 와서 둑을 올라가 광안대교는 볼 수 없었다. 공원에 가서 볼 수 있었는데 느낌은 별로 였다.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돌아왔다.

중고서점을 다녀온 후 꼭 해야할 일

예스 24 중고서점에서 사 온 책은 오자마자 펼쳐놓고 소독약을 뿌렸다. 예전에 책벌레를 봤기 때문이다. 언젠가 예스 24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 왔는데 집에 꽂아놓았던 책에서 책벌레가 보였던 것이다. 책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진짜 책벌레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책벌레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중고서점 이용을 안 했었다. 그런데 테라로사, 예스 24 중고서점에 가면 안 사 오고는 못 배긴다. 그것도 중독인가. 평상시에는 온라인을 통해서 새책을 구입하지만 부산 중고서점에 오면 중독이라 해도 어쩔 수 없이 구입하게 된다. 벌레든 뭐든 어차피 서로 공존하면 살아가는 세상이다. 벌레보다 더 피해를 받고 좀 먹고 있어도 우리는 아! 소리 하나 안내면서 잘도 살아가고 있다. 정말 잡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책벌레따위 신경안쓰고 오히려 한권이라도 더 검색되어 주길 바란다. 운좋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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