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가슴이 탁 막혀서 며칠 동안 답답했다. 그 답답했던 마음들을 되지도 않는 행동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하니 어이없다. 더구나 내가 한 행동들을 기억을 못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일인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불안이 밀려왔다. 불안하지 않게 해 주세요 라는 기도를 얼마나 했던가. 그런데 더 불안을 조성하고 있었으니 할 말이 없었다. 얼마나 속상했을까. 나는 또 왜 그랬을까. 응어리진 마음을 그렇게 풀다니 한심하고 한심하다.
내가 고통받았던 만큼 상대방도 고통받아야 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소리치고 싶었던 마음을 결국에는 나쁜 방식으로 쏟아내고 말았으니 참으로 미안할 뿐이다. 이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벽을 뚫고 지나가게 지혜를 달라고 빌었는데 이렇게 하라는 응답은 분명 아니었지 않나. 아직 나의 기도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하늘에 닿기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리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자던 굳은 다짐을 잊어버린 채 아침이 지나고 오후가 돼서야 겨우 생각해 내니 누가 기도를 들어주겠는가.
사람의 그릇이란 무엇인가. 나의 그릇은 아주 작은 간장종지밖에 안되는 것 같다. 간장종지라는 표현도 감지 덕지다. ㅌㅌ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속내를 상대방의 마음은 생각지도 않고 마음대로 드러내는 것. 이것이야 말로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불러오기도 하고 상대방과 거리를 멀게 만들 수 있으니 작은 그릇에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참을 인 석자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은 살인 그 이상으로 비열하고 비열한 행동이다. 나의 얘기를 듣고 뛰쳐나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가버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불안에 떨면서 잠도 먹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예기치 않았던 행동으로, 미친 행동으로 오히려 사과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미안한 짓은, 미안한 일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다치게 해놓고 돌아서서 미안하다고 하면 다 되는 것인가. 그건 미안하게 만든 나의 위안인 것을. 얼음이 깨지고 다시 굳으려면, 깨진 유리창을 붙인다고 원래 그 모습은 아니다. 다시 굳고 다시 새것으로 바꾸면 되겠지만 마음을 그렇지가 않다. 그렇게 안된다. 얼음이 굳기까지 시간도 걸리겠지만 한번 상처 난 마음을 쉽사리 아물지 않는다.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얼굴이 절로 붉어진다.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도 필요하겠다. 더 이상 불안이 남아있지 않도록 기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