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여행을 떠올리면 바다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지난번 갔을 때 삼척 해수욕장 근처에서 먹은 곰치 빙수가 자꾸 생각나지만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지니 빙수를 또 먹으러 가지 않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이처럼 정말 간사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은 꼭 가겠다고 해 놓고 다른 것에 눈이 돌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돌아간 눈은 바로 선상 배낚시에 멈췄습니다.
배낚시뿐만 아니라 배를 타는 것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뭔가 새로운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검색을 한 결과 삼척 장호항에서 1인당 3만 원에 즐길 수 있는 선상 낚싯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파도가 있어 당일은 안되고 다음날 된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가서 놀다가 시간이 되면 타자고 마음먹고 책 한 권씩을 들고 장호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전화를 했더니 11시가 되어야 출발할 수 있다면서 지금 와도 되는 것이 다른 배를 연결해 줄 수 있으니 오라고 했어요. 8시 반에 출발했는데 11시면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기로 하고 목적지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을 하고 보니 나이가 있는 분 여럿이서 배낚시를 가기 위해 분주하게 서성이고 있었어요. 11시라고 한 이유가 그분들이 먼저 나가기 때문이었습니다. 낚시용품 파는 곳에 들어가서 밀짚모자라도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낚시용품 사장님이 두 시간까지 뭐하러 기다리냐 연락해줄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이미 연락을 받고 달려온 희망호 선장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고 게셨어요. 멀미약을 하나 마시고 총총 따라갔습니다..
배에 타서 구명조끼를 입고 출발을 했는데 마치 모터보트 타는 것 마냥 쓩~하고 날아오르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어요. 낚시도 하고 보트도 타고 순간 일석이조라며 기분 좋게 출발을 했습니다. 낚싯배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장착을 했어요. 장호항 희망호 선장님이 미끼를 끼워주며 앉아서 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릴낚시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미끼를 끼워주면 바다 밑으로 던져 놓고 릴을 조금씩 끌어당겨보고 움직여 보며 감을 잡고 있다가 끌어올리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이게 맞는 것인지 도통 감이 안 오더니 한참 하고 나니 어느 순간 릴이 묵직하게 느껴지면서 뭔가 걸릴 듯한 느낌이 오더라고요.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작은 가자미 한 마리가 잡혀 올라왔어요. 정말 잡히는 게 신기했습니다. 한 마리씩을 잡고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것도 잠시 짝꿍이 갑자기 멀미가 난다고 했습니다. 선장님이 가서 토하고 오라고 하셨어요. 갑자기 토가 나올까 했는데 어찌 됐든 속은 안 좋으니 바다에 고개를 내밀고 있더군요. 속만 안 좋은지 얼굴이 갑자기 노래지면서 안색이 변했어요. 선장님은 배에 누워있으라고 했어요.
배에 누워있기도 애매했는지 다시 배 끝으로 가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가 오곤 했어요.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선장님이 누우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던지 누웠습니다. 장난인 줄 알고 그러다 금방 일어나겠지 했는데 배낚시가 끝날 때까지 못 일어나더라고요. 본인은 멀미는 안 한다고 나보고 멀미약 안 먹는다고 뭐라 하더니 갑자기 그렇게 멀미를 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습니다. 배를 탈 때에는 작은 배든 큰 배든 정말 아무도 장담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뱃멀미를 해서 계속 누워만 있고 싫든 좋든 잡히는 고기를 두고 그냥 올 수도 없고 웃지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약된 시간은 2시간이었습니다. 2시간 동안 얼마나 잡힐까 했는데 점점 잡히는 고기의 크기도 커져서 처음 잡아 올린 것은 놓아주기로 마음먹을 정도였어요. 한 사람이 누워있으니 결국에는 선장님이 도와주기도 하셨습니다.
커다란 도다리 한 마리가 잡힐 때는 저도 모르게 우와~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몇 번 실패한 것 빼고는 계속 잡힌 것 같아요. 저쪽 편에 미리 나간 다른 배에서도 잡힐 때마다 들리는 환호성으로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잡힐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것마저 재미있었어요.
삼척 장호항에는 희망호뿐만 아니라 배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어요. 금액과 시간은 동일했습니다. 금액을 일률적으로 정해놓은 것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잡은 고기를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담아 가져 갈 수도 있고 정박해 놓은 배 바로 앞 부두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회를 떠서 줍니다. 잡은 마리수에 따라 다른데요. 보통은 2,3만 원~하는 것 같아요. 꽤 많은 양이었다고 생각되는데 2만 원 드리고 회를 떠 왔습니다. 둘이서 한 접시 먹고도 너무 많이 남아서 회 좋아하는 동생네 들려 함께 먹고 왔습니다. 어디 횟집에 가서 회를 주문해서 먹어도 적게는 5,6만 원 아니면 돈 십만 원은 기본으로 나오는데 말입니다. 가성비가 좋은 삼척 장호항 배낚시 체험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