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일어나니 목이 잠겨 말이 안 나온다. 케이시는 스카프를 두르고 비니를 뒤집어 쓰고 외투를 걸쳤다.. 어제 두꺼운 옷은 모두 정리해서 집어 넣었는데 너무 빨리 정리했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다행히 빨래 줄에 널어 놓은 두꺼운 잠바가 있었다. 가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햇볕 한줄기 속 사진을 위해 집을 나섰다. 편의점 세 군데를 들려도 샐러드가 없다. 이른 아침부터 가게에 민폐?만 끼치고 나왔다. 내 잘못이 아니잖아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편치는 않다. 알바생이 있는 곳은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주인이 하는 곳은 왠지 뒤통수가 따갑다. 옛날에나 그랬다 하지만, 편의점은 24시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들어갔다 그냥 나온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맘에도 없는 제품을 사올 수도 없잖아. 마지막 한 군데에 희망을 걸고 갔지만 역시 나였다.. 토욜은 물건을 안 들여 놓나 보다. 담부터는 감안을 하고 편의점을 가야겠다. 불가리스 2+1, 구운 계란 두 개 들고 왔다. 저녁에 우유 한통 사서 요플레를 만들어야겠다.
요가를 했다. 말이 10분이지 5분도 안되는 것 같다. 어제 유툽에서 본 운동이 생각나 따라해 보았다. 두 번째 동작에서 멈췄다.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싶었다.
물을 끓였다. 막내가 준 포트가 여간 효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었다. 하루 종일 1.5리터 이상 마시는데 매번 끓여서 찬물을 타서 마셨다. 이것도 습관이 되었는지 찬물은 잘 안마시게 된다. 이쪽 저쪽 포트에 물을 올렸다. 하나는 마실 물, 하나는 커피 물. 뜨거운 물이 들어가니 배속까지 따뜻해지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아침에 마시는 음양탕은 빠질 수 없는 의식 같은 게 돼버렸다.
이불을 개었다. 문을 활짝 열었다. 이상하지? 순서가 바뀌지 않았나. 문을 열고 이불을 개어야 되는 게 아닌가. 순서가 좀 바뀌면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 이불 정리를 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난방은 돌아가고 문을 활짝 열었다고 한 소리 한다. 이불 개는 동안 열어 놓은 건데 별걸 다 신경 쓴다고 나도 한마디 거든다. 잔소리 하지 말라고. 말이 나온 김에 푸념한다. 소변 보고 화장실 물은 왜 안 내리는지. 뚜껑 좀 닫고 내리라고 해도 그렇게 못 알아듣는다. 밖에 나갔다 올 때 까지 그냥 둔다. 또 화장실 들어갈 걸 알기 때문에. 그 동안을 못 참아서 샤워기로 물 뿌리고 내려 버린다. 오늘은 꾹 참고 그냥 두었다. 이상하다. 슬쩍 보니 언제 내렸는지 뚜껑이 닫혀 있다. 나가기 전에 내렸나 보다. 아침부터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이어진다.
병원은 몇 시에 가는지 열 두 번도 더 물어본다. 토욜 인데 2시에 하냐고. 그 시간밖에 예약이 안된다고 설명을 한다. 지난 번 하노가 갔던 곳에 가서 검사를 하고 오자고 한다. 케이시는 증상을 밤새 지켜보고 병원에 가려고 토욜 예약을 한 것이다. 집에만 있으면 병원도 안 갔을 텐 데 모임에(paju)간다니 여러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서 하는 것이다. 멀쩡하게 잘 있다가 전 날 일어나니 목이 콱 막힌 듯 했다. 자다가 이불을 안 덮고 자긴 했다. 워낙 전기장판 온도를 세게 올려놓아서. 엎치락뒤치락 이불을 덮었다 걷었다 했다. 하루 이틀 있던 일도 아닌데 새삼 갑자기 목이 이렇게 잠기니 우선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몇 일 전부터 맑은 콧물도 나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wo의 집에서 가져 온 프로폴리스 몇 개 남은 것을 챙겨 먹었다. 아무래도 한 통 구입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요 몇 일 다이어트 식단대로 먹어본다고 아침에 야채 주스 점심에도 야채 주스, 저녁에는 밥 대신 이것저것. 영양적으로는 뭔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아도 밥을 안 먹으니 허전했다. 그리고 약간 어지럽기까지 했다. 속까지 쓰렸다.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원인을 찾으려 해도 알 수가 없었다. 고구마 때문이라고 했다. 고구마를 좋아해서 몇 개를 한꺼번에 먹어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사과, 양배추? 양배추는 위에 좋은 거잖아! 그럼 아몬드? 아몬드 껍질을 까서 넣어야 하나? 브로콜리? 호도? 두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