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는 하루 종일 멍하다. 병원에 다녀온 후 거의 반나절을 누워서 뒹굴뒹굴거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럴 땐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나가야 하나. 어디로 가지? 호텔? 호텔은 받아주나. 지정 병원이 있을 테지. 과일을 한가득 사왔다. 부지런히 먹으라고. 입에 들어간다. 과일은 워낙 좋아하는 거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보편화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될 때 그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양반인 것이다. 그 때 만약에 누구 하나 걸렸다면 어떻게 했을까. 언젠 가는 벌어질 일에 대비하지 않았다. 대비할 수가 없었다. 이게 최선인 것이었으니까. 이걸 두고 미련하다고 하는 것 이리라.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삶이 달라지길 바란다면 정신병자나 마찬가지고 아인슈타인이 얘기했다고. 정신병자. 정신이 나가야 정신병자가 아닌 것이다.
어디에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비추어 올라가 보면 따님이 코로나였는데 일주일 후 수업에 나오셨다. 함께 저녁을 먹었다. 케이시는 어디에도 간 적이 없다. 조용히 고기 구우면서 먹기만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월요일부터 pcr검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한다. 병원에서 그렇게 권한다. 그럼 그렇게 해 달라고 하고 돌아왔다. 화를 냈다. 왜 하루 이틀을 미루냐고. 남아있는 사람을 생각해야는거 아니냐고. 당장 가서 검사를 받고 오자고. 사람 많은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말도 하기 싫었다. 가서 받는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기다림 몇 시간에 검사가 나오기까지 몇 시간. 어차피 하루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갑자기 노란 비닐 장갑을 끼고 여기저기 소독을 하고 난리다. 하얀 비닐 장갑이 아닌 노란 장갑이 더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쇠가 붙은 곳은 모조리 소독을 한다. 현실인데 우스꽝스럽다. 한심하다. 케이시는 자신을 한없이 비판한다..
모든 SNS에 손이 가질 않았다. 방관해버렸다. 댓글도 달기 싫었다. 가증스러웠다. 아닌 척 웃음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지. 감기에 걸렸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이상한 거다. 다른 사람들처럼 글도 올리고 위로의 댓글도 받아보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동안 너무 sns에 얽매어 있었던 건 아닌지 너무 편안하다. 보고 싶은 방송을 보거나 (사실 집중은 안된다)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아무렇지 않은데, 그냥 감기인데 주변에서 걱정 섞인 한마디씩 한다. 잘 챙겨 먹으라고. 달라진 게 없었다. 감기약은 원래 한번만 먹는 데 예외로 세 번이나 먹었다. 저녁은 뭐 먹었더라? 생각나질 않는다. 웃기다. 몇 일전 이야기도 아닌데 생각이 나질 않다니. 한라봉을 두 개 먹었다. 토마토도 먹었다. 그게 다인 것 같다. 아니다. 치킨을 가져와서 그것도 세 조각 먹었다. 예전 같으면 반은 먹었을 텐데 이제는 입이 싱거워져서 너무 짜다. 파는 음식이 다 그렇지. 단짠단짠을 빼면 무슨 맛으로 먹겠는가. 그리고 감기약을 먹었던 것이다. 생강차도 진하게 타서 먹었다. 영양제도 먹었다. 체해서 속을 부여잡았다. 꺽꺽거리며. 치킨집에서 술을 마시고 온 모양이다. 습관처럼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다. 까다롭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벽에 깼다. 일어나 나가는 것 같았다. 못들은 척 잠이 들었다. 밤새 그렇게 꿈을 꾸듯 잠들었다. 낮에도 잤기 때문에 잠이 오질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뒤척였지만 잘 잔 것 같다. 아침에 부엌을 보니 냄비며 밥솥이며 쌓여있다. 아무것도 못들은 체 잠을 잤다니 믿어 지지가 않는다.